금세기 들어 공공외교는 독립적인 학문 분야로서
또한 외교적 실천으로서 급속한 발전과 진화를 이룩해왔습니다.

공공외교의 국제정치적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학문 차원에서는 보다 체계화된 개념 및 이론 정립이 요청되고 있고,
실천의 차원에서도 국가 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보다 다양하고 효과적인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공공외교는 흔히 외국민을 대상으로 매력 자산을 사용하여 자국을 알리며,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관여(engage)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국의 국가이익에 이바지하는 비(非)전통적 외교 행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집단 정체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공공외교는 국제사회에서 소통을 통해서 자국의 국가 또는 민족 정체성, 또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인정’을 추구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공공외교는 주관적 자기 정체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쌍방향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과 공동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가 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우리는 공공외교가 특정 국가의 국지적이고 이기적인 이익의 수단, 지정학적 경쟁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목도해왔습니다. 공공외교가 ‘힘의 정치’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비단 강대국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이른바 ‘중견국’들을 비롯한 적지 않은 국가들이 공공외교를 자기중심적 국가이익의 편의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제질서가 재편의 과정을 겪고 있는 오늘날, 또한 세계가 무역, 금융, 생산의 차원에서 상호의존적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팬데믹이나 기후변화, 대량살상무기와 같은 절박한 위험과 공포를 공유하고 있는 오늘날, 공공외교는 이기적 국가이익의 수단적 도구에서 더 나아가 국제적 협력과 공공재를 창출하는 플랫폼, 세계인이 공유하는 가치와 규범을 만들어가는 플랫폼의 역할을 해야할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이것은 국가이익이라는 개념의 재정립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국제협력을 진작하고 공동의 집단재를 창출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장기적 지평에서 자국의 국가이익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외교학회는 국가중심의 공공외교를 넘어서 ‘인간과 인류중심의 공공외교’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나 민족과 같은 특정 집단 정체성의 외연을 확장하는 포용적 정체성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공공외교는 국가중심 이익과 글로벌 공공재 창출을 연결시켜주는 연계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는 곧 공공외교가 단순히 외국민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공동의 가치와 규범을 창출하기 위해서 세계인들의 마음과 공감을 얻어가는 과정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공외교학회는 이러한 비전 하에
특히 다음의 다섯 가지 측면에 활동의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